매구소리마다 향내 나소! 함안의 무형문화유산 ‘함안화천농악’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0 1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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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함안화천농악 공개행사 발표회 공연

[뉴스스텝] 함안군의 대표 농악, 함안화천농악
한국의 농악은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농악은 공동체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며 연행되는 종합예술로, 지역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마을 사람들의 노동과 의례, 놀이가 어우러진 농악은 오늘날에도 공동체를 잇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농악은 진주삼천포농악, 평택농악, 이리농악, 강릉농악, 임실필봉농악, 남원농악, 김천금릉빗내농악 등이며, 이 외에도 각 지역에는 고유의 농악이 지방무형문화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함안군에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유산인 ‘함안화천농악’이 그 맥을 잇고 있다.

액운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정월 초삼일이 되면 함안 곳곳에서는 읍면의 마을마다 농악대가 지신밟기 하는 소리로 활기차다. 지신밟기는 한 해의 액운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상쇠가 앞장서 노래하고 악기를 울리면 농악대는 집집마다 들어서며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빈다. 함안화천농악의 뿌리는 바로 이 지신밟기에서 비롯됐다.

함안화천농악은 칠북면 화천마을을 중심으로 세시풍속과 함께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모여 지신밟기를 하며 액운을 막고, 당산나무에 동제(洞祭)를 지내고, 보존회의 공개행사가 있을 때마다 당제를 올리는 등 공동체의 질서를 다져왔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유산 함안화천농악의 특징
함안화천농악에서는 꽹과리를 ‘쇠’ 또는 ‘매구’라고 칭한다. 그래서 상쇠의 연주를 ‘쇠친다’ 혹은 ‘매구친다’라고 표현한다. 이렇듯 함안화천농악에서는 쇠가 특징적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화려하고 정갈한 쇠가락이 돋보인다. 특이하게도 단정하고 섬세한 연주에 비해 쇠채는 길고 머리 부분이 두꺼운데, 함안화천농악 제1대 상쇠 박동욱 선생이 사용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모 역시도 다른 농악과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다. 바로 ‘진서발상모’라는 독특한 특징인데, 물체를 길고 얇은 낚싯대로 만들고 납덩이로 된 무게추를 무겁게 달아서 길이가 길다. 이런 특징 덕분에 바람이 세게 부는 환경에서도 커다란 원을 그리며 힘차게 돌아간다.

함안화천농악은 1963년 제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1991년 12월 23일에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다. (*문화재보호법으로 유지되어 온 ‘문화재 체계’를 ‘국가유산 체계’로 전환하면서, 현재는 ‘문화재’ 대신 ‘문화유산’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

함안화천농악의 현재 예능보유자는 배병호(2014년)와 박철(2017년)이며, 회원 수는 2026년 기준 92명이다.

함안화천농악보존회의 문화유산 활용사업
함안화천농악보존회는 문화유산의 단순한 보존을 넘어 ‘활용을 통한 전승’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생생 국가유산 △함안 문화유산 야행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 △전수 지정학교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격주 일요일 전승교육, 여름과 겨울 농악 캠프, 정기 공개행사 등을 통해 농악을 일상 속에서 접할 기회를 넓히고 있다. 다음은 함안화천농악보존회가 국가유산청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진행하게 된 대표적인 프로그램 3가지다.

①생생하게 살아나는 문화유산 ‘함안 생생마실’
함안화천농악은 국가유산청 지원 ‘생생 국가유산’ 사업에 선정돼 2020년부터 ‘함안 생생마실’을 운영해오고 있다. 함안 생생마실은 문화유산을 활용한 축제형 프로그램 ‘함안생생축제’,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방문형 공연 ‘신나는 농악놀이터’, 문화유산 답사와 공연 및 체험을 결합한 ‘생생패키지’로 구성돼 있으며, 농악을 일상과 여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기획됐다. 2026년에는 △함안화천 농스테이(STAY) △생생풍년마을–서마지기농악대 지신밟기 소풍 △함안 생생 장날(장단이 있는 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②야간에 즐기는 문화유산 산책 ‘함안 문화유산 야행’
함안화천농악은 2022년부터 ‘무궁무진 무진정 나들이’를 주제로 야간 문화유산 프로그램 ‘함안 문화유산 야행’을 운영하고 있다. 무진정과 성산산성, 괴항마을 일대를 무대로 함안낙화놀이와 대산리 석조삼존불, 성산산성 출토 유물 등 지역 문화유산을 공연과 체험 콘텐츠로 풀어내며,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문화유산 산책을 제안해 매년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③캠핑하러 전수교육관에 가자! ‘화천마당 별바람 공연터’
전수교육관 활성화사업인 ‘화천마당 별바람 공연터’는 전수교육관의 넓은 부지를 캠핑장으로 사용해 방문객들을 모으고 함안의 문화유산을 선보이는 공연을 추가해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캠핑을 좋아하는 ‘캠핑족’과 자동차에서 숙박하는 새로운 캠핑 형태인 ‘차박러’들에게 인기가 좋으며, 아이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전수교육관, 도약을 위한 과제를 앞두다
함안화천농악 전수교육관은 지역 무형유산의 전승과 교육을 담당하는 중심 공간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승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생들은 일정 기간 전수교육관에 머물며 농악을 배우고 공연과 체험을 통해 전통을 가까이에서 접한다.

이처럼 전수교육관은 전승 교육과 각종 프로그램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변화하는 전승 환경과 늘어나는 프로그램 수요에 맞춰 공간의 활용 방식과 운영 환경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보존회는 군과 협력해 건립된 지 32년이 지난 전수교육관을 전승과 활용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한 단계 도약시킬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타 지역 전수교육관 사례를 참고해 교육의 안정성과 방문객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문화는 정서의 뿌리다. 역사와 문화의 기반이 풍부한 지역은 고유한 색을 지니고, 그 고유성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끈한 유대감이 되어 지역을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함안군의 역사와 함께 지금까지 전승되어 온 무형문화유산인 함안화천농악을 이해하는 일은, 지역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함안화천농악 지신밟기는 이런 문구로 마무리된다. “남의 눈에 꽃이 되고, 말소리마다 향내나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꽃처럼 아름답게 보이기를, 말 한마디마다 향기롭기를 바라는 한 해의 첫 기도가 참 아름답다. 올 한해, 우리도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함안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그 시작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문화를 다시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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