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태교 지침서'태교신기'등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된다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4-05-30 10: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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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태교지침서 '태교신기', 왕실의례용 대형 백자 항아리 '백자 청화 운룡문 호'
▲ 지정계획 예고 문화유산 '태교신기' 표지(성균관대학교 존경각 소장)

[뉴스스텝] 서울시는 관내 문화유산 중 3건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한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유형문화유산은 ▴'태교신기(胎敎新記)'▴'낙촌선생문집 목판·귀암선생문집 목판·정재선생문집 목판'▴'백자 청화 운룡문 호'이다.

'태교신기'(성균관대학교 존경각 소장)는 영·정조대 여성 문장가인 사주당 이씨(師朱堂李氏, 1739~1821)가 태교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방법 및 관련 사례를 소개하는 등, 태교를 체계화한 저술로 현재도 꾸준히 인용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지정 예고본은 사주당 이씨의 한문 원문과 아들 유희(柳僖)의 한글 번역, 일제강점기 한학의 대가였던 정인보(鄭寅普)의 메모가 함께 수록되어 더욱 가치가 높다.

사주당 이씨는 ‘주자(朱子)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사주당’이라는 당호를 가질 만큼, 학문을 즐기는 여성이었다. 아이 넷을 낳아 키우면서 여러 서적을 참고했으나, 상세하지 않아 본인의 경험을 참고하여 기존 경전의 내용을 보완한'태교신기'를 저술했다.

다만, 사주당 이씨가 직접 기록한'태교신기'는 현재 아쉽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현전하는'태교신기'는 사주당 이씨가 기록한 한문 원문을 음운학자인 아들 유희(柳僖)가 ‘장(章)’을 나누고 한글로 풀이한 내용이다.

지정 예고본은 아들 유희와 4대손 유근영, 위당 정인보의 소개글이 각각 수록되어 있으며, 한문과 한글 언해는 유희의 친필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현존본이다. 서예가로 유명한 검여 유희강(柳熙綱)의 기증본으로 소장 이력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낙촌선생문집 목판, 귀암선생문집 목판, 정재선생문집 목판'(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은 숙종대에 당쟁으로 고초를 겪은 이원정(李元禎, 1622~1680) 집안의 문집 목판이다. 조선시대 문집은 가문과 학파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출판물이었다. 지정 예고자료는 498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아버지·아들·손자에 이르는 3대의 문집 판목이 온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이원정(李元禎, 1622~1680)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대사간, 한성부판윤, 이조판서 등의 요직을 역임했다. 2차 예송논쟁 당시 남인 측 주요 인물이었으며, 1680년 경신대출척으로 유배를 가던 중 사망했다. 1689년에 신원되어 영의정에 추증됐다.

이원정 집안에서는 이원정이 경신대출척으로 옥사하고, 아들 이담명은 갑술환국으로 유배되는 등의 어려움으로 이원정 아버지인 이도장의 문집부터는 바로 간행되지 못했다. 이후 후손들의 오랜 노력으로 1937년에야 비로소 이들의 문집을 발간할 수 있었다. 이번 지정 예고자료는 이때 제작한 판목이다.

판목의 제작 시기는 늦었으나, 전통적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보관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3대의 문집 판목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한 조선시대 책판들이 ‘한국의 유교책판’이라는 명칭으로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됐다.

'백자 청화 운룡문 호'(금성문화재단 소장)는 높이 59cm에 이르는 대형 용문 항아리이다.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과 구름을 가득 그려 넣었으며, 형태와 문양의 세부 표현 및 구성, 유색 등이 유려하여 관요(官窯)에서 제작하여 왕실의 의례에 활용된 것으로 구분된다.

용이 장식된 청화백자 항아리는 조선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는 기물로, 각종 의례에 꽃을 꽂아 장식하는 화준(花樽)과 술을 담는 주준(酒樽)으로 활용됐다. 지정 예고자료는 정조의 화성 행차기록인『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수록된 화준 그림과도 유사하다.

비슷한 형태의 항아리가 이외에도 있지만, 지정 예고 항아리처럼 오조룡으로 높이가 60cm에 달하는 대형 유물은 희소하다.

서울시는'태교신기'등 총 3건의 문화유산에 대하여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서울특별시 국가유산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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