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2024년 수원작가 조명전 '이길범: 긴 여로에서' 개최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4-03-05 08:20:12
  • -
  • +
  • 인쇄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으로 고유한 조형성을 구축해 온 이길범 회고전
▲ 포스터

[뉴스스텝]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이 부족했던 수원작가에 대한 재평가와 연구의 일환으로 《이길범: 긴 여로에서》를 2월 27일부터 6월 9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1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길범(李吉範, 1927년생)은 1927년 수원군 양감면에서 태어나 17세가 되던 해 산수, 화조, 인물 전 분야에 걸쳐 큰 명성을 얻었던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1892~1979)를 만났고, 그의 문하에서 6여 년간 그림을 배웠다. 작가는 1949년 봄날의 온후한 기운을 그린 화조화 '춘난(春暖)'(1949)으로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입선하며 등단했으나, 6.25전쟁으로 작품활동을 중단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게 된다.

제2국민병으로 소집된 작가는 대구와 제주, 부산에서 훈련 괘도(걸그림)를 그리며 복무했고 전역 후에 대한도기(부산 영도)와 대한교육연합회에서 도안 디자인과 삽화를 그리는 생활을 지속했다. 53세가 되던 해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자신만의 공간인 작업실을 마련하며 가장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82년 수원미술계에 첫 한국화 동인인 성묵회(城墨會)를 결성하고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표준영정 작가로 참여하며 인물화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는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을 형성해 온 이길범의 생애와 작품을 회고하는 자리로 전 작품을 연대기 순, 나열식으로 제시하기보다 그림의 소재에 따라 ‘영모화조(새, 짐승, 꽃, 새)’, ‘인물’, ‘산수풍경’으로 구성하여 주요 대표작을 선보인다. 더불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는 자료를 함께 전시하여 이길범의 발자취와 수원미술사가 전개되어 온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

- 영모화조 -

이길범이 그린 영모화조화는 인물화와 산수풍경화에 비하여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소재다. 작가의 1949년 등단 작품은 온후한 봄볕 아래 노니는 오리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고, 1981년 수원백화점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에 소개된 대표작도 꿩과 까치를 그린 영모화였다. 작가의 스승인 이당 김은호의 낙청헌 화숙(畵塾)의 작화 경향은 채색화풍의 화조, 인물화로 이길범이 시적 정취가 묻어나는 서정적인 작품을 전개하는 바탕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인 '오수(午睡)'(1948)를 시작으로 꽃과 나무, 새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 인물 -

이길범은 영모, 화조, 인물 등 다양한 소재를 소화하며 작품세계를 구축했지만, 그의 화업의 시작은 인물채색화이다. 작가는 근대기 마지막 어진 화가였던 김은호의 화풍을 본받아 수련하는 과정을 거치며 정밀한 필치와 고아한 채색기법을 익혔다. 1988년부터 이길범은 세 차례에 걸쳐 정부표준영정 제작화가로 참여했고, 그 중 '정조' 표준영정은 대중에게 가장 각인된 작가의 대표 인물화다. 아울러 작가는 인물과 동물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상상력이 가미된 새로운 작풍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오랜 시간 삽화가로 활약한 이길범의 독특한 구성 방식이다.

- 산수풍경 -

이길범의 산수풍경화는 수원작가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장르다. 작가는 실제 풍경을 스케치와 사진으로 옮겨온 뒤 완성하거나 실제 장소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재조합하고 회화화 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 이길범이 가장 즐겨 그린 소재는 수원화성이다. 옅은 먹과 청색의 청량한 어우러짐이 특징인 '수원화성'(연도미상)은 현대적 감각으로 변모한 작가의 화풍이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먹의 자연스러운 번짐과 금분을 활용하는 등 이길범 특유의 작풍이 돋보이는 산수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미술관 이채영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수십 년간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한 원로작가 이길범을 조명하는 자리로, 작가 특유의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이 주는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뉴스스텝.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뉴스

충남도, 중 광둥성 대표단 첨단 산업 현장 방문

[뉴스스텝] 충남도는 26일 예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2025 베이밸리 국제심포지엄 및 제10회 환황해 포럼’에 참석한 중국 광둥성 대표단이 도내 첨단 산업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환황해 포럼은 환황해권 국가·지역 간 협력과 공동 번영을 논의하는 국제 회의로, 10회를 맞은 올해에는 베이밸리 국제심포지엄과 함께 개최했다.이날 주융후이 광둥성 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비롯한 광둥성 대표단은 포럼 참석 이

충남도, “해미읍성, 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든다”

[뉴스스텝] 충남도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축제 ‘서산 해미읍성 축제’가 막을 올렸다.김태흠 지사는 26일 해미읍성 일원에서 열린 ‘제22회 서산 해미읍성 축제’ 개막식에 참석해 방문객을 환영하고 축제 개최를 축하했다.해미읍성 축제는 600여 년 역사를 간직한 해미읍성을 배경으로 전통문화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선보이는 도 대표 가을 축제다.올해는 ‘고성방가(古城放佳)’를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체험, 전시가

‘제2회 음성명작 요리경연대회’ 개최...지역농산물 우수성 널리 알려

[뉴스스텝] 음성군은 26일 금왕읍 금빛근린공원 주무대에서 명작페스티벌과 연계한 ‘제2회 음성군 명작요리경연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밝혔다.이번 대회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지정공모 사업(출연기업: 한국동서발전㈜)에 선정돼 ‘명작의 음성이 들려’라는 주제로 열렸다.음성군 농산물을 활용한 다채로운 레시피를 발굴하고 보급함으로써 지역농산물 브랜드 ‘음성명작’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

PHOTO NEWS

더보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