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신출내기 공무원이 자살 시도 주민 살렸다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2 08: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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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2동 1년 차 신입 공무원, 신속한 대처로 고독사 취약계층 구해
▲ 임시청사(대림빌딩) 전경

[뉴스스텝]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종로구 신입 공무원의 발 빠른 대처가 자살 시도 주민을 살려 화제다.

사연의 주인공은 창신2동 주민센터 마을복지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태운 주무관이다.

여 주무관은 지난 4월 27일, 202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담당해오던 안부확인 대상자 50대 주민 A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만 남긴 채 수화기를 내려놓자 여 주무관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해당 남성 집으로 달려갔다.

그는 평소 연락하고 지내는 가족, 지인이 없는 1인 가구이자 고독사 취약계층으로 최근 몇 년 새 건강마저 나빠져 실직하는 등 잇달아 불운이 겹치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전에도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2022년 12월, 극단적 시도를 암시하는 전화를 받은 이형윤 창신2동 마을복지팀장과 여 주무관이 집을 찾았을 때는 식칼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당시 이 팀장은 긴급한 상황에서도 그가 죽으려는 사람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고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 끝에 칼을 내려놓게 하는데 성공했으며, 이후에는 여 주무관이 직접 안부 확인을 도맡아왔다.

아들뻘이나 다름없는 여 주무관은 이후 반년 가까이 정기적인 만남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A씨를 살뜰히 챙겨왔을 뿐 아니라, 라면과 생필품 등 각종 기부품이 동주민센터로 들어오면 가정으로 직접 배달해주며 인연을 이어갔다.

사건 당일, 여 주무관이 전화를 끊자마자 허겁지겁 집에 도착했을 때 A씨는 방문 앞 천장에 목을 매단 채 몸을 축 늘어뜨린 상태였다. 여 주무관은 112, 119에 긴급상황을 신속히 알리고 의식이 없는 대상자 목에 걸린 줄을 끊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좀처럼 줄이 끊기지 않자 그가 숨을 쉴 수 있게 하반신을 잡고 서 있다가 주방에서 가위를 가져와 밧줄을 잘라냈다.

A씨는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으며 곧 도착한 응급대원이 건강 상태와 신원을 확인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재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 중으로, 여 주무관 설득 끝에 종로구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자살 고위험군 관리를 받아보는데 동의했다. 센터에서는 내주부터 그가 입원 치료를 받는 병원을 찾아 즉각 상담 및 사례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창신2동은 지역 거주 1인 가구 중 저소득 계층 비율이 무려 80%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해 그간 홀로 사는 주민의 고독감 경감을 위한 특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 예로 창이 히든싱어(노래교실), 반찬 원정대 사업을 들 수 있다. 수혜 대상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먹거리를 전하고 안부 확인 역시 병행하고 있으며, 1인 가구가 주변 이웃과 꾸준히 교류하며 외로움을 덜어내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뒷받침하는 중이다.

여태운 주무관은 “처음 현장을 목격했을 때 두려움보다는 이분을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퇴원 후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온전한 일상 회복을 하실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김응재 창신2동장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담근 신입 공무원의 용기와 사명감이 한 생명을 살려냈다”며 “주민뿐 아니라 해당 직원 역시 트라우마 없이 훌륭한 공직자로 성장할 수 있게 곁에서 세심히 북돋아 주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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