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밥 당번 부담줄인다..제주 간편식, 경로당 급식 혁신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8 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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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보존+급식 혁신+산업 육성 ‘일석삼조’…내년 상품화 추진


[뉴스스텝] ‘80대 노인 밥 당번’부담을 줄이는 첫 걸음이 시작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 향토음식을 활용한 급식용 간편식으로 경로당이 겪는 조리 인력 부족과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주도는 제주 향토음식의 전통과 맛을 살려 개발한 ‘제미(濟味)담은 간편식 경로당 급식 품평회’를 8일 연동귀아랑경로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영훈 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양영식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 부정숙 향토음식 명인과 경로당 어르신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새로 개발된 간편식을 직접 시식했다.

경로당 급식은 전국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초고령사회 노인 대상 식사 지원 현황 및 과제', 2024.6.12.)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별 부식비 지원 격차가 크고, 노인들끼리 식사 준비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맞춤형 영양식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농촌 지역은 ‘80대 노인 밥 당번’ 현상이 지속되며 조리 안전과 신체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날 품평회에서 경로당 회원 5명은 CJ프레시웨이 상품MD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돌문어고구마영양밥, 무고기볶음, 양파마늘종장아찌 등을 손쉽게 조리해 경로당 회원에게 배식했다.

평소 급식 날이면 경로당 회원 4~5명이 오전 8시에 나와 3시간 정도 조리를 해야 했지만, 이날 간편식으로는 1시간 만에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오영훈 지사, 이상봉 의장, 양영식 위원장은 앞치마와 두건을 착용하고 배식 봉사에 나서 직접 어르신들에게 간편식 메뉴를 제공했다.

김영숙 연동귀아랑경로당 회장은 “쉽고 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 앞으로 경로당이나 집에서도 이런 간편식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식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제주 옛날 맛이 그대로 난다”, “간편하면서도 영양도 좋아 보인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간편식은 냉동 12개월, 냉장 60일 보관이 가능한 대용량 밀키트, 원팩 포장, 반조리 및 완제품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됐다.

조리 가이드와 매뉴얼이 함께 제공돼 경로당과 급식장에서 복잡한 손질 없이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조리 시간과 인력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도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간편식은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제주도와 제주경제통상진흥원, CJ프레시웨이, 부정숙 제주향토음식 명인이 협력해 개발했다.

부정숙 명인이 감저밥(고구마차조밥), 무말랭이지짐, 마농지, 돔베고기 등 제주 향토음식 14종을 선정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시피 7종을 개발했고, CJ프레시웨이가 이를 급식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급식용 메뉴 5종으로 구현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시연회와 시생산을 거쳐 품질을 정교하게 다듬었고, 지난 11월 대기업과 병원 단체급식소에서 5,850식 규모의 품평회를 통해 맛과 품질을 검증받았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경로당 급식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가 먼저 아이디어를 모으고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영양 있는 식사를 나누는 일은 단순한 급식이 아니라 신체·정신 건강을 지키고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중요한 투자”라며 “이번 품평회를 통해 제주 전통음식과 현대 기술을 결합하면 경로당 급식의 인력·안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이번 간편식 개발을 시작으로 고령층 맞춤형 급식 모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개발이 완료된 이 간편식은 내년 ‘제미(濟味) 담은 간편식 시장 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본격 상품화된다.

제주도는 지난주 농식품부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구축사업’에 선정된 만큼, 제주 특화 자원과 푸드테크 기술을 결합해 경로당 급식 표준화, 조리 부담 최소화 등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제주 향토음식이 전국 경로당으로 확산되면 어르신들의 건강한 식사와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는 동시에 제주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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