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한국 패션아트의 선구자 금기숙기증전 개최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2 13: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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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켓 요원 의상’ 재전시…2026 동계올림픽 기념 특별 섹션 운영
▲ '금기숙 기증특별전' 포스터

[뉴스스텝] 서울공예박물관은 2025년 12월 23일부터 한국 패션아트의 선구자 금기숙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증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2년 故유리지 작가의 기증특별전에 이어, 개관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대규모 기증전이다.

금기숙은 한국에서 ‘패션아트(Fashion Art)’ 개념을 정립하고 국제적으로 확산시킨 선구적 작가이다. 1990년대 초 ‘미술의상’ 개념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며, 철사·구슬·노방·스팽글·폐소재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한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작가는 의상을 ‘입는 예술(Art to Wear)’이자 공간을 구성하는 조형 예술로 확장하며 패션 아트의 지평을 넓혔다.

한국의 패션아트는 1960년대 미국의 ‘Art to Wear’ 운동에서 출발해, 복식을 착용 여부를 넘어선 예술 표현으로 확장해 온 흐름이다. 이 개념은 1980년대 중반 한국에 ‘미술의상’으로 소개된 이후 의상을 중심으로 퍼포먼스·무대의상·일러스트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포괄하는 장르로 재정립되어 발전해 왔다.

금기숙은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 국제패션아트연맹(IFAA)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패션아트’의 장르 안착과 국제교류 및 세계화를 이끌었고, 오늘날까지도 연구와 창작을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금기숙 작가는 총 55건 56점, 약 13억 1천만 원 상당의 작품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초기 패션아트 실험작부터 대표적인 와이어 드레스와 한복 조형 작품은 물론 최근의 업사이클링 작업, 아카이브 자료 등이 포함된다. 이번 기증은 작가 개인의 예술 세계를 넘어, 한국 현대 공예사에서 패션아트가 차지하는 위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의상에서 조형으로’, ‘조형에서 공간으로’ 확장되는 금기숙의 40여 년에 걸친 창작 여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1부 'Dreaming': 어린 시절의 기억과 손의 감각에서 출발한 작업의 원형을 금기숙의 자전적 언어로 소개한다. 까만 밤하늘에 흰색의 와이어 드레스를 설치하여 실을 꿰던 놀이가 철사와 구슬을 엮는 패션아트로 이어진 창작의 출발점이었음을 시사한다.

2부 'Dancing': 철사, 구슬, 노방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한 대표적인 패션아트 작품들을 통해, ‘의상이 조형으로’, ‘조형이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양한 표정의 드레스와 재킷, 부조와 설치 작업이 그림자와 어우러져 마치 춤을 추듯 배치되어 금기숙 패션아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3부 'Enlightening': 한복의 선과 색, 흔들림과 여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소개한다. 여인의 저고리와 당의, 직령, 사대부의 학창의까지 전통 복식에서 발견되는 한국적 미감을 보여준다.

4부 '아카이브': 패션아트가 단순히 예술적 의상 제작을 넘어 퍼포먼스, 무대, 이미지까지 포함된다는 확장적 개념을 확인할 수 있는 섹션으로, 작가의 드로잉, 작업 노트, 스티치 작업 등을 통해 작가의 사유 과정과 다양한 디자인 연구·디자인 활동을 소개한다.

5부 '공간을 향한': 유람선, 건축물의 로비 공간 등으로 확장된 금기숙 작가의 설치 작업을 전시한다. 이를 통해 패션아트가 신체를 넘어 공간과 환경을 구성하는 공공 조형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피켓 요원 의상’을 다시 선보인다. ‘눈꽃 요정’으로 불린 이 의상은 한복의 선과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한국 패션아트가 국가적 문화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 상징적인 작품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적 조형 언어가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시각화되고 기억됐는지를 되돌아보는 의미도 지닌다.

금기숙 작가의 작업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026년 1월 6일~3월 12일까지 총 16회의 워크숍과 아티스트 토크 1회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워크숍 8회는 작가가 직접 참여해 진행할 예정이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매 회차 진행 1주일 전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에서 신청을 받는다.

1월에는 전시 아카이브 섹션에 소개된 작가의 손바느질 스티치를 모티브로, 손의 감각과 축적된 시간을 체험할 수 있는 'Dreaming Stitch 가방 만들기 워크숍'을 운영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과 ‘꿰매는 행위’에 담긴 사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2~3월에는 작가의 물방울 연작을 모티브로 한 '빛으로 맺힌 물방울-무드등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철사와 비즈가 만들어내는 빛과 선의 조형 언어를 일상 속 오브제로 확장해, 패션아트가 공간과 환경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기획했다.

또한 1월 17일에는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금기숙 작가가 직접 전시 작품과 창작의 여정, 기증의 의미를 관객과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울러 박물관 가게는 이번 전시와 연계한 아트상품 3종을 출시했다. 금기숙 작가의 아트웍 카드와 유리문진을 세트로 구성한 ‘빛의 유리’, 작가의 상징인 비즈로 장식한 ‘무빙 북마크’, 작품의 와이어 구조를 모티브로 한 패턴에 반짝이는 스팽글로 장식한 ‘플로우 백’을 12월 19일에 공개하여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금기숙 작가는 이번 기증이 공예 장인과 작가들의 창작물이 공공 자산으로 공유되는 기부 문화 확산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특히 기증을 ‘단순히 작품을 옮기는 일이 아닌, 창작의 시간과 사유를 다음 세대에 건네는 가치 있는 선택’으로 정의하며, 기증된 작품들이 체계적으로 연구·보존되어 한국 공예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금기숙 기증특별전은 패션과 공예,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지평을 연 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시민과 함께 나누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서울공예박물관은 기증을 통해 축적된 공예 자산을 바탕으로 한국 공예의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작가와 장인들이 공공의 문화유산 형성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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