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특별기획전《현대옻칠예술 : 겹겹의 시간》개최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4 11: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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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의 공정이 만들어 내는 ‘겹겹의 시간’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탐구
▲ 특별기획전 '현대옻칠예술 : 겹겹의 시간' 포스터

[뉴스스텝] 경남도립미술관은 2025년 11월 14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1·2층 전시실(1·2·3전시실, 2층 특별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현대옻칠예술: 겹겹의 시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통 공예 기법인 옻칠이 회화와 설치 등 현대미술 매체로 확장되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현재 국내외에서 한국옻칠예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파스님, 구은경, 김미숙, 신정은, 유남권, 이수진, 이영실, 정직성 작가가 전시에 참여한다. 특히, 1층 전시실은 현재 조계종 종정이자 현대옻칠예술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파스님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전시의 배경에는 창원 다호리의 역사성이 놓여있다. 다호리는 한국 옻칠문화의 기원을 밝혀주는 핵심유적으로, 기원전 2세기경의 세형동검과 원통형 칠기, 칠기배, 칠기부채, 옻칠 신발 등 다양한 칠기유물이 출토됐다.

세형동검의 검집에 남은 검은 옻의 흔적은 옻칠이 장식에 그치지 않고 방수·보존·광택을 위한 실용적 기술이었음을 보여준다. 얇게 깎은 목재를 말아 옻으로 접착하는 권제(卷制)기법의 원통형 칠기는 한반도 남부에서 옻칠문화가 자생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옻은 옻나무 수액을 정제해 얻는 천연 재료로, 공기 중의 습기와 산소에 반응해 단단히 굳는다. 주성분 우루시올(urushiol)은 경화 과정을 통해 강한 접착력과 내구성을 부여하고, 물·벌레·곰팡이로부터 재료를 보호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깊어지고 은은한 광택이 더해지며, 얇은 도막만으로도 높은 밀착과 보호 효과를 유지해 목재·금속·도자 등 다양한 재료와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화학 도료와 달리 인체에 해가 없고 환경 친화적인 특성은 옻을 생활용품과 예술품 제작의 핵심 재료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1층 1전시실은 성파 종정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유동하는 시리즈는 옻과 물의 반발성이 만들어 내는 흔적을 통해 생명과 에너지의 흐름을 화면 위에 시각화하고, 전시장 안쪽의 태초에는 검은 옻 기둥으로 우주의 근원을 상징하며 관람자를 사유의 공간으로 이끈다.

마지막으로 물속의 달은 옻의 투명성과 빛의 반사를 활용해 물질과 정신,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명상적 체험을 완성한다.

2층 2전시실과 특별전시실에는 옻칠예술의 다층적 확장을 보여주는 세 작가가 참여한다. 정직성 작가는 자개와 옻의 물성을 결합해 추상회화의 경계를 확장하고, 빛과 물질, 실재와 환영이 교차하는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창출한다.

김미숙 작가는 옻의 깊고 투명한 질감을 통해 인간 내면과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영실 작가는 전통 민화의 상징성과 이야기를 옻의 재료성과 결합한 ‘옻칠민화’를 선보여 한국적 미감과 현대적 감수성을 조화롭게 잇는다.

3전시실은 4명 작가의 작업으로 옻칠화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신정은 작가는 신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상처와 치유, 내면의 평화와 구원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수진 작가는 삼베 위에 옻칠을 더해 옻의 물성을 확장시켜 실험적인 옻칠화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유남권 작가는 지태칠 기법을 회화로 발전시켜 반복적 행위 속에서 드러나는 시간성과 재료의 감각을 탐색한다. 구은경 작가는 ‘문’과 ‘문 너머의 세계’를 주제로 현실과 비현실, 안과 밖의 경계를 사유하고 옻의 깊은 색으로 감각적 통로를 연다.

각 작업은 전통 기술과 현대적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옻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옻칠예술: 겹겹의 시간》은 공예로 인식되던 옻이 현대예술의 조형 언어로 자리 잡아가는 현재진행형의 변화를 확인하는 자리다. 작품 속에 쌓인 수많은 층은 작가의 시간과 자연의 변화가 공존한 흔적이며, 느린 생성의 과정 자체가 미학적 가치가 됨을 말해준다.

‘겹겹의 시간’은 결국 옻의 층이 쌓이는 과정이 곧 시간의 흔적이자 예술의 미덕임을 드러내며, 기다림과 인내를 통해 완성되는 예술의 깊이를 관객에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박금숙 경남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다호리에서 시작된 옻의 빛과 정신이 오늘의 예술 속에서 어떻게 호흡하는지, 경남이라는 장소성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마지막 입장은 5시 30분이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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