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 김홍신『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출간기념 북토크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3-10-13 20: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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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절실한 화두, 용서와 화해
▲ 논산시, 김홍신『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출간기념 북토크

[뉴스스텝] 10월 12일, 김홍신문학관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김홍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를 펴놓고 진행했다. 100명 정원인 세미나실에, 138번째 작품을 응원이라도 하듯 그 이상의 독자들이 운집했다.

백성현 논산시장의 짧은 인사말 직후 시작된 북토크는, 이 책을 펴낸 해냄출판사 이혜진 주간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간이라 하기에 이 소설은 참으로 많이 묵었다. 작가가 젊은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쓰고 싶었으나, 시대 상황상 반세기가 지난 노년 시점에서 펴내게 됐으니 말이다. ROTC 출신 김 작가가 1971년 육군 소위로 근무하던 중 사살된 적의 시신에 십자가를 꽂아주고 기도를 했다. 당시 그는 보안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에서 주인공 한서진은 북한 장교의 시신에 십자가를 꽂고 명복을 빌어준 죄로 빨갱이로 몰린다. 모질게 고문당하고 수감되자 복수만을 꿈꾸게 된다.

작가는 이 책 제목을 처음에는『적인종』으로 정했다. 백인종, 황인종... 빨갱이니까 적인종(赤人種)으로. 그러다가 심경의 변화가 일었다. 지난 9월,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애도’라는 말을 꼭 넣고 싶어졌다. “우리에겐 애도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이태원 참사 때도 가서 기도를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렸어야 했죠. 그때 우리 민족은 남의 아픔을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민족이구나 이걸 느꼈어요.” 그래서 책 표지가 포스트잇 그림이다. 추모 장소, 애도의 글을 써서 붙인 장면이 연상되게끔.

이 소설의 두 번째 화두는 용서다.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 수녀의 입을 통해 나온 이 말은 이 소설을 관통한다. 진행자가 “갈등이 첨예한 이 시대에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 김 작가의 답은 짧았다. “내가 하는 용서는 쉽고 간단합니다. 용서를 하지 못하는 동안 내가 그 사람의 노예가 되어 버리잖아요? 분한 마음에 소화도 잘 안 되고 잠도 못 이루고… 탁 털어 버려야만 비로소 자유인이 되지요. 그래서 저는 다 용서를 해요.”

작가 본인이 타인에게 용서를 구한 사례를 묻는 질문에, 김 작가는 두 가지 고백을 했다. 선배 최인호 작가가 잘나갈 때 질투심에서 소위 뒷담화를 하곤 했단다. “어느 날 동급 작가가 되어 심사위원석에 함께 앉게 됐죠. 그때 몹시 부끄럽더라구요. 해서 내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더니만 최 선배가 ‘당신처럼 용서를 구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면서 와락 끌어안더군요. 그때부터 우리는 형제가 됐답니다.”

또 하나는 가족 사례이다. 투병 중인 부인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기에 일순 “저렇게 힘들게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이 끔찍한 생각에 스스로 소스라쳐서 아내에게 고백을 했더니 용서까지 해주어서, 현재는 마음에 짐이 없다는 슬픈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이렇게 인생을 살아온 덕인지, 이날 북콘서트장에는 김 작가 지인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다. 진행 도중 ‘시월이면 헬리콥터 대절할 정도로 바쁘다’는 가수 이용이 깜짝 등장했다. 김 작가로부터 예전에 받은 은혜를 갚고자 들렀다며, '잊혀진 계절'과 함께 김 작가에게 가사를 자문받은 노래 '자유여'를 생음악으로 처음 선보여 북토크 주제에도 조응했다.

“적인종 논쟁이 다시금 심해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을 만났어요. 단숨에 읽었습니다. 눈을 뗄 수 없게 몰입감을 주는 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어선가 봐요. 세계적인 인권 추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의 영문판도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를 선도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될 거 같아서요.” 북적대는 북토크 현장에서 함께한 오준근 교수(경희대)의 발언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솟대 기증식도 가졌다. 대한민국 솟대명인 조병묵 작가가 김홍신문학관에 작품 24점을 기증한 것이다. 2015년 해냄에서 펴낸『단 한번의 사랑』에서 주인공 홍시진이 사랑하는 여인 강시울을 위하여 만들어 준 것이 솟대다. 이날 김 작가는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자신의 문장으로 북토크를 마무리한 다음, 여전히 원고지를 고수하는 본인만의 만년필로 150인 대상 사인회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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