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갈등관리는 곧 복지다!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6 1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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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어르신의 어려움‘경청’하면 묵은 갈등이 저절로 해소되기도
▲ 서울 중구, 갈등관리는 곧 복지다!

[뉴스스텝] 서울 중구가 서울 자치구에서는 최초로 갈등소통방을 개설해 주민 간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이웃 간 문제가 불거질 때, 당사자끼리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하면 좋지만, 감정싸움으로 번져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갈등이 마음의 병으로 발전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구는 대립과 반목을 겪은 주민들을 만나 2~3개월에 걸쳐 대화를 주선하고 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공한다. 그간 아무도 나서주지 않던 일을 구가 정성을 다해 돕다 보면 어느새 주민들이 마음이 서서히 열린다.

지난 2월부터 6월 말까지 총 33건의 이웃 간 갈등 사례를 접수해 이 중 16건에 대한 상담 및 조정을 마쳤다. 이중 층간소음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누수 7건, 반려동물 문제 3건, 흡연 문제 3건 등 공동체 생활을 저해하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구의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요긴하게 활용된다.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방문한 곳에서 가정 폭력을 당하는 주민을 보호하게 된 사례도 있다. 구는 동주민센터, 복지팀과 협조해 피해자가 임시로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찾아줬다. 일자리플러스센터의 협조를 받아 취업 정보도 제공했다.

이웃의 반려견이 심하게 짖어 불편을 겪은 사례를 다룰 때는 구의 <찾아가는 반려동물 행정 교정 프로그램>을 이웃에 안내해 문제가 해결됐다.

일반적으로 층간소음 문제는 바로 위층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중림동에 사는 80대 어르신은 여닫이문이 내는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며 갈등소통방의 문을 두드렸다.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소음이 발생한 세대를 찾으니 아랫집의 옆집이었다. 해당 집의 여닫이문 바퀴를 교체한 후로 어르신은 편히 잘 수 있었다.

신당동 일대에는 봉제공장이 많다. 가정집에서도 재봉틀을 돌려 이웃에 진동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도 한다. 해당 집을 방문하니“생계 때문에 일을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딱한 사정을 듣고 구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재봉틀을 받치고 있는 가구를 분리하고 재봉틀의 위치를 바꿔가며 소음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을 찾아가면 홀몸 어르신인 경우가 있다. 종일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갈등 해결팀이 찾아가면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쏟아낸다. 직원들이 잘 들어주기만 해도“응어리가 풀어졌다”며 고맙다고 한다. 집에서 적적하게 있다 보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진다.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일, ‘경청’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이웃끼리 갈등이 조정되면 ‘이웃행복다짐서’를 작성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서로 양보와 배려를 이어간다는 다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수혁 갈등조정관은 “갈등이 진정된 후 주민들의 한층 밝아진 얼굴을 대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오래 묵은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양쪽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며 접점을 찾는 순간이 온다”고 전했다.

앞서 중구는 지난해 8월 서울 자치구 최초로 갈등관리팀을 신설했다. 올해 1월에는 갈등관리 전문기관인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는 갈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갈등관리심의위원회와 마을갈등조정지원단도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등을 찾아가 이웃 간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소통 교육도 오는 25일부터 시작한다. 연말에는 우수사례를 모아 널리 공유할 예정이다.

김길성 구청장은“지난 1년 주민 간 갈등 해결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실제로 갈등을 중재해 보니, 그 모든 과정 자체가 곧 주민을 위한 ‘복지’였다”며, “개인의 힘으로 도저히 풀 수 없는 해묵은 갈등도 중구의 중재를 받아 단계적으로 해결하시고 일상에 건강, 평화, 행복을 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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