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잎 물드는 11월, 문학과 역사의 숨결 ‘이균영’을 찾아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8 17: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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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영문학동산·생가·광양향교에서 깊어가는 가을 감수성 충전
▲ 노란 은행잎 물드는 11월, 문학과 역사의 숨결 ‘이균영’을 찾아 - 관광과(故이균영 작가가 어린시절 뛰놀던 광양향교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뉴스스텝] 광양향교 명륜당 옆에 곧게 서 있는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드는 11월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평생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이상문학상과 단재학술상을 모두 수상하며 문단과 사학계에 깊은 반향을 일으킨 광양 출신 소설가이자 사학자인 이균영이다.

1951년 광양읍 우산리에서 태어난 이균영은 광양중학교, 경복고, 한양대 사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동덕여대 교수로 재직했다.

1977년 단편소설'바람과 도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1984년에는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제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확고한 위치를 굳혔다.

1993년 발표한 『신간회연구』는 방대한 사료를 토대로 좌·우익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신간회의 실체를 규명한 최초의 연구서로 평가받으며 단재학술상을 안겼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양 진영이 결성한 항일단체인 신간회는 일제강점기를 분단의 기원으로 인식한 이균영이 꾸준히 탐구해 온 주제로, 출간 직후부터 사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역사를 “사람들의 역사이자 개개인이 시대와 사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의 과정”으로 보았고, 이러한 시선은 그의 연구와 소설 전반에 일관되게 흐른다.

소설 '어두운 기억의 저편'에서 분단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낸 점이나 『신간회연구』에서 인물들의 개성을 생생하게 되살린 면모는, 그가 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이룬 깊은 통섭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균영은 광양군지 편찬에 참여하는 한편, 광양 백운산을 배경으로 근현대사를 다룬 열 권 분량의 대하소설을 구상하며 수년간 자료 조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민족적 삶을 살았던 역사의 인물들을 우리의 현실 속에서 만나기 위해 두렵고 초조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혼자 저 문학의 길을 향해 가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막 출발점에 섰다던 마흔다섯의 그는 1996년 11월 21일 새벽,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타계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충격과 슬픔을 남겼다.

그가 남긴 소설집 『바람과 도시』, 『멀리 있는 빛』, 장편소설 『노자와 장자의 나라』 등에는 유당공원, 광양장도 등 광양의 풍경과 숨결이 진하게 배어 있다.

또한 그의 문학적 자서전에 실린 “젊은 소설가 한강이 보내준 『여수의 사랑』을 읽으며 돌아본 여수 바닷가의 25년 전 초등학교는 그대로였다”는 대목에서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과의 일찍부터 이어진 특별한 인연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짧은 생애를 기억하는 이들은 해마다 11월 21일, 생가 인근 우산공원 내 ‘이균영 문학동산’을 찾아 그를 기린다.

이곳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책 형태로 형상화한 조형물과 문학비가 소박하게 조성되어 있다.

그가 어린 시절 뛰놀던 우산공원,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광양향교, 담쟁이가 생가 담장을 가득 감싸안은 작은 골목 또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이현주 관광과장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11월, 광양의 햇살이 키운 소설가이자 사학자인 이균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학동산과 생가, 광양향교 등을 걸으며 그의 문학과 역사 정신을 기리고 깊어가는 가을 감수성도 충분히 충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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