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문학회, 문학들 이대흠 시인, ‘동그라미’ 발간... 신화적 상상력으로 5.18 작품화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8 15:35:31
  • -
  • +
  • 인쇄
▲ 장흥문학회, 문학들 이대흠 시인

[뉴스스텝] 이대흠 시집 『동그라미』가 ‘문학들 시집선 001’번으로 나왔다.

이 시리즈는 기존에 절판된 시집 가운데 주목할 만한 시집을 다시 펴내는 복간본 성격을 띤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제2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2001)와 제3시집 『물속의 불』(2007)에서 골라 엮었다.

이대흠은 1994년 『창작과비평』에 '제암산을 본다'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를 통해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문 남성적 톤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전라도 입말의 특장, 남도만의 유장한 가락을 살린 빼어난 서정시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육사시문학상, 현대시동인상, 애지문학상, 조태일문학상, 천상병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탕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이후 제3시집에 이르는 그의 시적 경향을 살필 수 있게 해준다.

언어를 조탁하고 압축하여 노래에 이르게 하는 서정시의 묘미가 먼저 돋보인다.

‘ㄹ’을 활용하여 강물과 아버지와 전라도 곧 자연과 인간과 삶의 터전을 하나의 가락으로 노래한 '남도', 북소리와 춤을 통해 흐름과 멈춤 곧 삶의 절정의 순간이나 지점을 노래한 '춤꾼 이씨' 등이 그렇다.

“강물이 리을리을 흘러가네/술 취한 아버지 걸음처럼/흥얼거리는 육자배기 그 가락처럼”('남도')

“아라리가 났네 하먼/아라리 뒤쫓지 말고/먼첨 아라리가 나부러사써//귀로 듣는 아라리에 몸 맞추지 말고/이녁 몸속 아라리가/막 터져 나오는 것이제”('춤꾼 이 씨')

다른 하나는 신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1980년 광주 ‘오월’의 아픔 곧 현실(역사)에 대한 시의 대응력을 탐색하는 시들이다.

'물속의 불' 장시와 '지나 공주' 연작이 그것인데, 신화적 상상력과 어머니(누이)로 표현되는 모성(여성성)의 프리즘으로 현실 세계의 모순을 해석하려는 다소 실험적인 시도로 읽힌다. 이번 시집에서는 읽기 편하게 제목을 달고 분리하여 제2부와 제3부에 실었다.

“총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폭도를 죽이는 소리/총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간첩을 잡는 소리”('나는야 혁명군 새 나라 건설의 전사 - 위대한 탄생 4')

“이제 보니 간첩이라는 말은/적이 보내 내정을 염탐하는 자가 아니구나/민중들의 가슴에/수신기 대고 청진기 대고/상처를 도청하는 자로구나”('이제 보니 - 붉은 심장을 가진 나무 6')

“시체들은 썩어가고/파리 떼만 끓는다네//춤을 추던 나는 사금파리 밟았네/사각사각 나를 먹어 대는 사금파리/천천히 나를 먹는/나의 창녀 지나 공주”('소풍 - 지나 공주 1')

제1부와 제4부에는 “언어를 최소화하려 고민하고 썼던 시”, “말을 줄이고 음악만 남은 시”들이 실려 있다.

“나는 그 무렵 시라고 믿었던 것에서 벗어난 시를 찾고 있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제주 무가』를 비롯하여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신화에 기댄 바가 적지 않고, 수메르, 인도, 북유럽의 신화 등 오래된 기록 들을 찾아 읽었다. 시어의 확장을 꿈꿨다.

반면에 1부와 4부의 시들은 언어를 최소화하려 고민하고 썼던 시들이다.

말을 줄이고 음악만 남은 시를 쓸 수는 없을까? 그 문제를 오래 고민했다. 말하지 않는 시, 듣는 시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시인의 말’ 중에서)

이번 시집의 표제작 '동그라미'는 그의 시 중 교과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시이기도 하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한사코 ㅇ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첫 시집의 제목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라는 구절은 양가적이다. 여성성(눈물)과 남성성(고래)이 혼재한다.

이번 시집을 읽고 나면 이 제목이 왜 더욱 필연으로 읽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뉴스스텝.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뉴스

홍천교육지원청,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 임원 간담회 개최

[뉴스스텝] 홍천교육지원청은 11월 6일 교육지원청 소회의실에서 홍천군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 임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홍천군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 운영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자리로, 각급 학교 건의 사항에 대한 부서별 검토 및 논의가 이루어졌다. 홍천교육지원청은 이번 협의회를 통해 학교 현장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함으로써 학교운영위원회의 운영 내실

강원도의회 김기하 의원 (교육위) AI를 포함한 디지털 분야 진로교육 다양화 해야

[뉴스스텝]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의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직속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6일 오전 진로교육원과 국제교육원을 필두로 실시됐다. 김기하 의원(국민의힘, 동해2)은 진로교육원에 대한 행감질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강원학생들의 진로 탐색 확대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래 여러 직업군이 AI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에 대

경북교육청, 교육부와 함께 과학실 안전 점검 및 컨설팅 실시

[뉴스스텝] 경북교육청은 6일, 교육부와 함께 김천시에 있는 운남중학교를 방문해 ‘과학실 안전 점검 및 컨설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과학실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경북교육청과 교육부 담당자와 학교 관리자, 과학실 담당 교사 등이 함께 참여해 과학실 내부 시설과 안전 장비를 직접 확인하며 진행됐다. 주요 점검 항목은 △안전관리계획 수

PHOTO NEWS

더보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