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2025년 주제기획전《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개최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5 1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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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기관’으로서의 미술 아카이브의 사회적 역할을 고찰함
▲ 타카하시 켄타로〈곁에 머문 부재(そばにある不在)〉, 2025, 아카이벌 피그번트 프린트, 21-138.4 × 30.5-138.4 cm (× 19점)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뉴스스텝] 서울시립미술관은 2025년 3월 6일부터 7월 27일까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를 개최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2025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제기획전으로 기관 의제인 ‘행동’과 연계하여 아카이브 기반의 미술과 민간 아카이빙 활동을 연결한다.

전시의 참여 작가는 아카이브 기반의 작업을 영상, 사진, 설치 작품으로 발표하는 권은비, 김아영, 나현, 문상훈, 윤지원, 이무기 프로젝트, 임흥순, 타카하시 켄타로 총 7인/1팀이며, 협업 기관인 제주4·3평화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의 자료와 함께 구성되어 있다. 아카이브 기반 작업, 관련 단체의 실천을 사회적 기억을 형성하는 능동적 행위자로 조망하는 전시로 같은 차원에서 ‘기억기관’으로서의 미술아카이브의 사회적 역할을 고찰해 본다.

전시 제목《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기원전 535-475)의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경구에 착안하여, 기록이 현재진행형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전시는 '지연하는 기억', '목격하는 기록', '던져지는 서사'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PART 1 ‘지연하는 기억(Deferred Memory)’은 기록이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되고 개입되는 창의적 실천임을 보여준다. 전통적 아카이브가 논리적·객관적 사실 구축을 목표로 했다면, 동시대 예술에서의 기록은 유대와 돌봄, 재구성을 통해 기억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조직한다. 이는 프로이트의 ‘지연된 사후작용’ 개념과 연결되며, 과거의 기억이 현재 경험에 따라 변화하고 확장됨을 시사한다. 이 파트에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가족운동 자료와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의 1990년대 여성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기록이 동시대 예술 작업과 결합하여,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기억의 층위를 형성하고 다시 미래로 지연될 지금의 기억을 형성하는 방식을 탐색한다.

PART 2 ‘목격하는 기록(Witnessed Record)’은 억압된 사건과 대상이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현재화되는 과정을 다룬다. 기존의 역사 서술이나 진상 규명을 넘어, 기록을 공유하는 공동체적 경험을 통해 정서적 연대와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이 파트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침묵을 강요받았던 제주4·3과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진상 규명 과정을 제주4·3평화재단,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기록으로 살펴본다. 이 파트에서는 제주4·3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적·사회적 투쟁의 흐름이 재일 제주인의 삶으로 확장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초의 증언자를 추적한 사진 작업을 통해 다시금 우리의 시선 속으로 들어온다. 이처럼 동시대 미술은 기록을 매개로, 억압된 기억을 드러내고, 관객이 이를 목격함으로써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PART 3 ‘던져지는 서사(Projected Narrative)’는 아카이브가 단순한 과거의 표상이 아니라 권력 구조와 선별 과정을 내포하는 제도적 장치임을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이 파트는 아카이브의 공백과 한계를 드러내고, 제도와 사회가 침묵하는 영역에서 새로운 서사를 직조하는 ‘반아카이브적’ 전략을 탐색한다. 국가와 민족 개념, 플랫폼 노동, 재난과 참사라는 이질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각각의 작업은 기존 기록이 담아내지 못한 중간 영역을 파고든다. 국가 권력에 의해 선별된 기록의 이면을 밝히거나,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노동 문제를 사변적 픽션으로 재구성하며, 기존 재난 담론이 포착하지 못한 여러 층위를 구술 퍼포먼스로 가시화한다.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은 아카이브의 유동적 공간을 탐구하고, 기존 기록 방식을 비판적으로 확장하며 사회적 기억의 변화를 추동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사회적 기억을 능동적으로 형성하는 ‘기억기관’으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기록에 대한 연구, 보존의 가치를 전달하고,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재구성, 재해석되는 과정과 아카이브 그 자체가 지닌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권은비 작가의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2025) 구술 직조 퍼포먼스, 이무기 프로젝트의 '트랜스-젠더-시간-지도'(2025) 렉처 퍼포먼스, 참여 작가와 협업 기관과 함께하는 대화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본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 해설을 제공한다. 또한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와 자료를 순차적으로 미술관 공식 SNS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도슨팅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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