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벌통 속엔 꿀, 농촌 속엔 삶···청년 양봉인의 강진 귀농일기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1 10:45:55
  • -
  • +
  • 인쇄
꿀벌 청년 김명진 대표 “꿀벌이 머물고 내가 강진에 머물게 된 이유”
▲ 강진군 농업기술센터 주관 귀농귀촌 동네작가 간담회.

[뉴스스텝] 강진군에서 양봉업을 시작한 청년 농부 김명진(42) 대표는 귀농 1년 차의 새내기 농부다.

그의 하루는 수십 개의 벌통과 수만 마리 꿀벌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새벽 이슬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지고 벌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꿀벌과의 하루를 함께 보내는 김 대표는, 강진에서 ‘꿀벌 청년’으로 불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역과 연결되고 있다.

귀농은 결코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전국을 다니며 정착지를 탐색했고, 그중에서도 유독 강진이 눈에 들어왔다.

꿀벌이 살기 좋은 기후, 사계절 내내 안정된 날씨,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들. 그는 강진군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자연환경과 현장 분위기를 자세히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귀농 결심도 서서히 단단해졌다.

김 대표에게 강진은 단순한 귀농지가 아니었다.

“처음엔 제 삶의 안정을 위해 강진을 선택했지만, 강진에서 오히려 더 많은 따뜻함을 받았습니다”

귀농 전 여러 지역을 다니며 정착지를 탐색하던 그는 강진군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읍사무소, 군청 등 다양한 기관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진심 어린 환대와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며 강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생활권 내 이웃들도 그를 ‘강진의 새 아들’처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김 대표는 “이제는 나를 도와준 강진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며 지역사회와의 연결 속에서 새로운 보람을 느끼고 있다.

2024년 1월, 그는 전업 양봉인으로 강진에 정착했고, 동시에 강진군의 ‘귀농귀촌 동네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귀농의 현실과 시행착오, 양봉과 꿀벌 이야기들을 블로그와 SNS를 통해 꾸준히 공유하며 도시 청년들과 소통 중이다.

그의 글은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참고서이자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그의 양봉 경력은 단단하다.

20대 초반 아버지를 도우며 4년간 효도양봉을 경험했고, 그로부터 20여 년 뒤 본격적으로 독립 양봉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2016년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할 정도로 양봉업계에선 이미 잘 알려진 ‘로열젤리의 달인’이다.

그의 양봉 철학은 바로 아버지에게서 비롯됐다.

“어릴 적 급성 이질로 위독했던 저를 살린 것도 아버지가 채취한 로열젤리였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아버지는 온몸을 바쳐 로열젤리를 연구하고 생산해왔고, 그 길을 제가 지금 이어받고 있는 셈입니다”

김 대표는 양봉을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생태계 보전을 위한 사명으로 여긴다.

“아버지 세대는 꿀벌을 통해 봉산물을 얻어 소득을 올렸다면 우리 세대는 꿀벌 자체의 역할과 존재가치를 지키는 데 의미를 둡니다. 그 과정에서 소득이 따라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지요”

그는 양봉이 생태적 가치와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미래형 직업’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김 대표는 강진읍에 있는 농지에서 이동양봉을 기반으로 로열젤리, 벌화분, 프로폴리스, 천연밀랍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핵심은 생로열젤리다.

이 민감하고 정교한 작업은 온 가족이 함께 한다.

“한창 시즌이 되면 아버지, 어머니 모두 동원돼 하루 종일 벌통을 들여다보며 왕대컵을 확인해요. 벌보다 바쁜 가족 양봉팀이죠”

그는 블로그와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지역 축제장, 각종 박람회, 플리마켓 등 오프라인에서도 고객과 활발히 소통한다.

“좋은 꿀은 설명보다 한 스푼 먹어보는 게 낫죠. 사람의 마음도 그 한 입에서 열립니다”

그는 귀농귀촌을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에 비유한다.

“체력도 필요하고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끝까지 완주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목표의식과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귀농을 단순한 소득 창출이 아닌, 자족하는 삶으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 여긴다.

앞으로 김 대표는 로열젤리 채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건강식품 가공을 통한 6차 산업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강진군에서 운영 중인 푸소(FU-SO)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양봉장을 활용한 체험형 농촌 민박과 생태교육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푸소는 청소년들에게 농촌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여기에 꿀벌과 로열젤리 체험을 결합하면 정말 특별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강진원 강진군수는 “강진군은 굴뚝 없는 청정 지역으로 꿀벌이 살기에도 사람이 살기에도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기후, 자연, 공동체가 잘 어우러진 강진은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 귀농인들이 강진에서 뿌리내리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행정 지원과 현장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강진은 꿀벌을 위한 집이자, 제 인생의 꿀을 다시 담아가는 그릇 같은 곳”이라며 웃는다.

기후도, 자연도, 사람도 좋은 강진에서 꿀벌과 함께 인생을 다시 꿀처럼 채워가는 김명진 대표. 그의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

[저작권자ⓒ 뉴스스텝.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뉴스

수원특례시의회 윤경선 의원, 시민이 참여하는 눈 치우기, 봉사활동으로 제도화해야

[뉴스스텝] 수원특례시의회 윤경선 의원(진보당, 평·금곡·호매실)은 지난 26일 열린 기획경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민 참여형 제설 활동을 봉사시간으로 인정하고, ‘시민 눈 치우기 운동’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윤 의원은 “폭설 시 행정력만으로 모든 지역의 눈을 즉시 치우기는 어렵다”며, 행정력을 보완할 수 있는 시민 참여형 제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설 활동을 봉사활

강원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2026년도 강원자치도교육청 본예산 예비 심사

[뉴스스텝]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제7차 교육위원회를 개의하고,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제출한 2026년도 본예산안(총 3조 9,971억 원)에 대한 예비심사를 최종 마무리했다. 교육위원회는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도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집행계획과 사업 추진의 타당성 등을 집중 점검했고 전체 본예산 규모의 약 2%에 해당하는 798억원을 감액하여 내부유보금으로 조정했다. 특

구미교육지원청 2026학년도 중학교 입학 배정 투명하고 공정한 출발’준비 완료

[뉴스스텝] 경상북도구미교육지원청은 26일 구미교육지원청 1층 다목적강당에서 구미 관내 초등학교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2026학년도 중학교 입학업무담당자 전달 연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수는 경상북도교육청 및 구미교육지원청의 2026학년도 중학교 입학업무 추진 계획과 관리 지침을 일선 학교에 정확하게 공유하고, 신입생 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오류를 최소화하여 투명성과 공정성을 극

PHOTO NEWS

더보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