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조선 왕실의 뿌리를 되찾다, '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의 귀환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3 10: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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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지난해 2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라이엇게임즈 후원 통해 환수
▲ . 정면

[뉴스스텝] 국가유산청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일본에 있던 '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의 정보를 입수해 문헌 조사, 전문가들의 평가와 직접 조사하는 실견을 거친 끝에 지난 해 2월 라이엇게임즈(한국대표 조혁진) 후원을 받아 국내로 환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 실물을 오는 27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서 언론에 최초로 공개하기로 했다.

국가유산청이 국외재단과 함께 소장자 측에 조선 왕실의 문화유산인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 반드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당위성을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하며 협상한 끝에 국내로 무사히 들여올 수 있었다.

‘선원(璿源)’은 ‘옥의 근원’이란 뜻으로 중국의 역사서 '구당서(舊唐書)'에서 왕실을 옥으로 비유한 것에서 유래했으며, ‘왕실의 유구한 뿌리’를 의미한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역대 왕들의 어진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이었다. 조선은 충과 효를 통치체제의 근본으로 삼았기 때문에 역대 왕의 어진을 봉안하고 왕이 친히 분향, 참배 등의 의례를 행하는 선원전은 궁궐 내에서도 위계가 높은 전각이었다.

조선 왕실의 선원전은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에 있었다. 임금이 이어(移御)할 때는 역대 왕들의 어진도 함께 옮겨야 했기 때문에 여러 궁에 선원전을 두게 된 것이다.

조선 왕실의 최초 선원전은 1444년 창건된 경복궁 선원전으로, 임진왜란 때 전소됐다. 이후 100여 년 동안 궁궐 안에 선원전을 건립하지 못하다가 1695년에 이르러 창덕궁에 선원전을 마련하고 어진을 봉안한 것이 지금의 (구)선원전이다. 고종 때 경복궁이 재건되면서 선원전의 기능도 경복궁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경복궁영건일기(景福宮營建日記)'에 따르면 1865년부터 경복궁을 다시 짓기 시작하여 1868년 경복궁에 선원전이 재건됐다.

1897년부터 고종이 경운궁에 머무르자 경운궁에도 선원전이 세워졌다. 고종이 경복궁에 머물 땐 경복궁으로, 창덕궁에 머물 땐 창덕궁으로 어진도 따라 옮겨졌다. 이에 대한제국기에는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 3곳의 선원전이 모두 그 기능을 담당했다. 경운궁 선원전은 '진전중건도감의궤(眞殿重建都監儀軌)'의 기록에 의하면 1900년 화재로 소실된 이후 1901년에 재건됐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경운궁 선원전은 1921년 창덕궁으로 옮겨졌고, 이것이 현재의 창덕궁 (신)선원전이다.

한편, 경복궁 선원전은 일제강점기에 훼철되어 박문사(博文寺)를 짓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는 창덕궁에만 두 곳의 선원전이 남아있다.

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각 궁궐에서의 선원전 건립 및 소실과 관련된 정황과 관련 문헌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재건(1868년) 경복궁 선원전’에 걸렸던 편액으로 추정된다.

‘창건(1444년) 경복궁 선원전’과 ‘창건(1897년) 경운궁 선원전’은 화재로 소실됐으며, 창덕궁 (신)선원전은 ‘재건(1901년) 경운궁 선원전’이 이건(移建)된 것으로 현재 편액이 남아있다. 창덕궁 (구)선원전에는 현재 편액이 남아있지 않으나, 현장 조사를 통해 편액 거치용 철물 흔적의 위치와 환수된 편액의 크기를 대조한 결과 이번에 환수한 유물을 거치할 수는 없는 구조임을 확인했다.

또한, 《승정원일기》(1867년/고종 4년)에 따르면 ‘재건(1868년)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글씨를 쓴 서사관(書寫官)은 서승보(徐承輔)로 기록되어 있는데, 환수 유물 글씨의 필획과 결구 등 서체 특성상 서승보의 글씨로 추정된다.

조선 왕실의 궁궐 건물은 역할과 성격에 따라 위계에 차등이 있었다. 왕과 왕비 등이 사용하는 ‘전(殿)’이 가장 격식이 높았으며, ‘당(堂)’, ‘합(閤)’․‘각(閣)’, ‘헌(軒)’, ‘루(樓)’, ‘실(室)’ 등이 뒤를 따른다. 편액 또한 건물의 위계에 따라 크기, 형태, 색상, 제작 기법 등에 차이를 두었다.

이번에 환수한 유물은 가장 위계가 높은 건물인 ‘전(殿)’에 걸렸던 편액으로 ▲ 바탕판은 옻칠(흑칠)을 했고, ▲글씨는 금을 사용한 금자(金字)이며, ▲테두리를 연장한 봉은 구름무늬를 조각하여 격식이 높은 현판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선원전이라는 전각의 위계에 맞게 네 변의 테두리를 둘렀으며 테두리에는 부채, 보자기 등의 칠보(七寶) 문양을 그려 길상(吉祥)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국내로 들여온 환수 유물에 대해서 지난 7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사용된 안료에 대한 과학적 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진사, 양록, 연백 등의 안료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안료들은 '증건도감의궤(增建都監儀軌)'에서 ‘재건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재료로 기록된 당주홍(진사), 양록, 진분(연백) 등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환수는 13년째 ‘국가유산지킴이’로 활동하는 라이엇게임즈의 도움이 컸다. 라이엇게임즈는 2012년부터 국가유산청과의 협약을 통해 문화유산 분야의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국외 문화유산의 환수·활용 등을 위해 국외재단에 기부금을 지원해 왔다.

2023년 보물로도 지정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 등 여러 소중한 유산의 환수를 지원한 바 있으며, 이번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라이엇게임즈가 기여한 7번째 환수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27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서 언론에 최초 공개된 이후에는 왕실 관련 유물을 소관하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체계적으로 관리될 것이며, 해당 유물이 건축·서예·공예가 접목된 종합 예술작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학술연구·전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앞으로도 해외 현지 협력망을 강화해 국외에 나가있는 한국 문화유산들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입수하고,발굴·보호 및 환수하여 활용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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